산행후기
선거로 인해 임시공휴일인 오늘은 몇차례나 시도 했으나 다른 길로 가게되어
실패한 관악산 8봉능선을 가기로하고 집을 나선다 ( 2010. 6. 2 )
사당역에서 몇몇 지인과 그리고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만년친구와 함께 산행을 같이하게된다
일찌기 만난 일행은 해후의 기쁨을 나누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주택가를 좀 지나니 향긋한 내음이 후각신경을 놀라게 한다
바로 아카시아 꽃 향기였다 하얗게 피어있는 꽃은 화려하진 않지만 온 나무에 마치 백설이 내린듯
했으며 그 향기는 무엇에 비유할 수 없으리만큼 진하고 향기로웠다
맑은 공기와 그윽한 향기는 산행을 시작하는 우리 일행에게 더할나위없는 즐거움이요 힘을
북 돋아 주기에 충분했다 일행은 시종 웃으면서 산행에 임한다
관음사 사찰 뒷편으로 올랐다 조금 오르니 벌써 서울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의 고질적인 스모그로 인해 흐리지만 그래도 한강이며 서울타워며 여의도 63빌딩이 보였다
날씨가 쾌청 하다면 북한산과 도봉산이 잘 보일터인데 그리고 그 산에다 안부를 전할 것인데......
서울 근교에 북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남으로는 이곳 관악산이 있으니 내겐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인지 모른다 비단 나 뿐만 아닐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전세계를 두고도
수도 근교에 이토록 아름다운 산은 없을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수락산, 불암산, 사패산, 청계산 이런 산들이 있기에 幸福하고 행운아이다
오를수록에 서울의 시가지는 더욱 많이 드러나 보이고 한강의 물줄기는 더욱 길게 뻗혀있다
멀리는 성수대교부터 가까이는 동작대교와 한강대교가 보인다
정상의 연주대가 살묘시 그 자태를 드러내 보이지만 아득 하게만 멀어보인다
휴일이기에 등산객들도 많았다
관악산은 모두 바위로 이뤄져있고 흙 자체가 마사토인지라 미끄러우며 능선따라 오르기에
그늘이 없는 관계로 벌써 부터 더위를 느껴야하기에 온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이제 연주대가 가까워 보이고 그 뒤에 기상대와 송신탑이 크게 보인다
기암절벽 위에 석축을 쌓고 세운 연주대는 지난 석가탄신일 때에 메달아 놓은 연등이 마치 붉은
띠를 두른듯 연주대를 붉은 빛으로 장식 해 놓았다
기암괴석을 오르면서 온갖 풍광을 바라보면서 오르니 드디어 연주대에 이르게된다
연주대 ( 戀主臺 ) !!!
아슬아슬한 벼랑 위에 자리잡고 있는 연주대는 관악산의 수많은 등산코스의 집결지이다
관악산은 경기 5악중 하나이며 광화문의 해태상과 숭례문의 간판이 세로로 세워져있는 이유도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수많은 등산객은 정상인 이곳 연주대에 올라서 북녘을 처다보며 깊은 시름에 젖는다
왜 그런가 ? 난 이곳에 쉬면서 잠시 상념에 젖게된다
연주대란 이름은 어떻게 붙혀진 이름인가? 그 연유와 당시 충신들을 떠 올리게 된다
고려가 망하자 10여명의 고려 충신들이 관악산에 숨어 살면서 간혹 이곳 정상에 올라
송도 방향으로 처다보며 통곡을 했다고 하여 연주대라 부르며 아래에 있는 사찰도
" 관악사 "에서 " 연주암 " 으로 바꿨다고 한다
고려말의 충신중에 三隱 ㅡ 牧隱 李穡, 圃隱 鄭夢周, 冶隱 吉再은 不事二君이라하여
그 충절이 너무나 대단하여 오늘날까지 추앙받는 인물이 아닌가
목은은 기울어가는 고려의 운명을 지켜보면서 그 안타까운 심정을 자연에 빗대어 지은
싯귀는 너무도 애절하다
『 白雪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흘레라
반가운 梅花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夕陽에 홀로 서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
어디 이 뿐인가 포은 정몽주는 이방원의 < 何如歌 > 에 답한 싯귀에 < 丹心歌 > 로 그의
충절을 표 하였고 그로 인해 선죽교에서 철퇴를 맞아 목숨을 잃게 되었다
『 이몸이 죽어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
고려의 충신들이 연주대인 이곳에서 옛 임금을 그리면서 우러려 보았으며 포은은 목숨까지 버리면서
충절을 지킨것을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 오늘 정치인을 뽑는 선거일에 타락되고 정치문화가
너무나 혼탁하고 집권욕에 당리당략만 일삼는 오늘날을 생각하면 " 아 ~~~ 그 옛날 충신들은
어디메에 있는가 ?" 하고 긴 한숨을 쉬고는 상념에서 깨어나 다시 산행을 이어가게 된다
연주대를 내려와 오늘의 목적지인 팔봉능선으로 가게된다
관악산에서 육봉능선과 팔봉능선을 연결한다면 도봉산의 포대능선이나 북한산의 만경대에
버금가는 " 릿지 " 코스이다 팔봉으로 갈려다 육봉능선을 두차례나 가 봤지만
육봉능선도 아슬아슬하고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기암괴석이 능선따라 이어지며
소나무는 기암괴석과는 천생연분인듯 그곳엔 항상 있어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 둔다
연무대에서 팔봉능선을 접어드니 이정표에 안양유원지까지가 7 km 라고 일러준다
산행 7km 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팔봉을 꼭 가기로 작심했기에 7 km 아니라 70 km인들 어떠랴
팔봉의 첫째봉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암릉이 시작되고 능선으로 가는 길은 계속 암릉이 이어진다
물론 우회도로가 있으나 릿지의 진수를 느끼고 짜릿짜릿한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위해
피하지않고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그 봉우리에는 으례히 기암괴석으로 되어있었다
뒤로는 연주대가 벌써 아스란히 멀어져 있고 청계산과 서울대공원이며, 경마장과
안양, 평촌, 인덕원까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과천 종합청사는 물론이고.....
곳곳에 드러나 있는 암봉과 깊은 푸르름의 나무들이 울창한 골짜기와 어울려 그 경관은
어디에 비할데가 없다 산행에서 만이 느낄수 있는 희열이요 보람이 아닐수 없다
3봉에 이르니 암봉이 마치 왕관같이 보여 왕관바위라 일컬었다
몇몇의 등산객이 올라가 왕관이라도 차지 할듯이 서로 오르려고 했다
암봉은 끝없이 4,5봉에 가면서 이어진다
그런데 오르면서도 긴장을 놓칠수 없다 조심을 하면서 만년친구를 생각하기도 한다
잘못 실수라도 하면 그대로 절벽에 떨어지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은 쇠줄이며 밧줄이 있어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데 이곳은 그런 시설을
조금도 해 놓지 않았고 갈림길에도 이정표 제대로 해 놓지 않아 그곳 못지않게 많은 등산객이
즐겨 오는데 당국의 소홀함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4봉을 지나면서부터 보이는 6봉의 아름다운 모습은 나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한다
마치 계룡산의 자연성능 처럼 천길 벼랑 위에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며 기암괴석에 자란
소나무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 우측에는 병아리 바위가 있었고 그 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모습의 기암이 있었다
금관바위라 하니 정말 금관 같기도 하고......
절벽 위에 잘 자란 소나무는 한 폭의 그림이였다
건너편에는 삼성산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서 우리를 반겨준다
7봉의 금관바위를 감상한후에 마지막 8봉에 이르게 된다
8봉능선을, 팔봉을 완등하였다 산악인 오은선님은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위업을 세웠는데
나와 만년친구는 드디어 관악산 육봉에 이어 팔봉을 완등하게된다
만족하고 보람차기에 희열을 느낀다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안양유원지로 향하게 되고 몸은 땀으로 젖어있고 먹는 물도 바닥이 났다
7시간 이상 소요 되었기에 몸도 지쳐있었다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정신을 차리면서 피로를 풀어본다
비록 많은 물은 아니지만 계곡의 울창한 숲과 흐르는 물은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안양유원지 예술공원에 이른 일행은 생맥주로 목을 축이게 된다
긴 산행에 물도 고갈되어 타는 목을 축이게 되는 맥주는 맥주가 아니고 그것은 감로수이며
생명수와 같았다 일행은 서로 산행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웃음을 감추지 않는다
일행들과 작별을 고하고 귀가 하면서 오늘 산행을 되새겨본다
연주대에서 상념에 젖어 " 목은 이색 " 의 싯귀를 되 뇌이게 되었는데 다시 상기 해본다
< ....... 석양에 홀로 서이셔 갈곳 몰라 하노라 >
그러나 난, 갈곳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내 안식처가 있으니 ~~~~
* 산행코스 : 사당역4번출구 ㅡ 관음사 ㅡ 북능 ㅡ 559m봉 ㅡ 관음문 ㅡ 연주대
ㅡ 남릉 ㅡ 팔봉능선 ㅡ 안양유원지 ( 약14km 8시간 소요 )
'산행기 > 서울·경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태풍 <뎬무>가 지나간 길 ㅡ 강씨봉을 가다 * (0) | 2010.08.12 |
---|---|
* 복계산에서 매월당을 만나고 * (0) | 2010.07.16 |
* 초여름의 운악산은 더 아름다웠다 * (0) | 2010.05.30 |
* 도봉산에서 2010 NEPACUP SEOUL EXTREME 대회를 만나게되고 * (0) | 2010.05.23 |
* 북한산 의상능선을 가다 * (0) | 2010.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