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後 記 >
오늘은 재경달성산악회 산행일이다 ( 2009년 10월 18일 )
집결지인 사당역으로 가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
지난 7월 괘방산에 가고 3개월만에 참가하는 산행인지라 더욱 그러했다
그때만 해도 더워서 산행을 주저 했는데 이제 차가워져 옷깃을 여미게 하니 세월이 이처럼
빠르게 가는지 ? 아니면 우리 인간이 넘 간사한것인지?.....
집결지에 당도하니 낯익은 분들과의 재회를 나누게 되니 넘 반가웠다
이번 산행지는 남설악의 흘림골 등선대이다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가을의 최적의 날씨이며 가을의 중심에 있는듯하다
많은 회원들이 참가하여 버스는 만석을 이룬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누구보다 운영위원장님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에 이른다고 본다 답사까지 하는 열정이 있었으니~~
오랜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회원간의 담소는 끝칠줄을 모르고 이어가는동안
이미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는 경춘고속도로에서 홍천I.C를 빠져나와 인제에 이른다
차창 넘으로 보이는 들녘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황금빛을 띄운 벼는 풍요롭기만 하고 온 산야는 가을 풍경으로 채색 되어있었다
인제도 지나고 원통에서 용대리 방향을 외면하고 한계령으로 버스는 접어든다
나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설악의 산세는 그림 같았다
" 아 ~~~ 설악아 너와 해후의 정을 나누기 위해 우리 고향분들과 불원천리 먼 길을
단숨에 달려 왔노라 그래, 오늘은 너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 줄것인가 "
이렇게 물어보니 응답은 말대신 실물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렇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내 어찌 너의 응답을 바라겠는가
스스로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면되지 .....
장수대에 이르니 거대한 병풍 바위가 나타난다 바로 하늘벽이다
이제 좌로는 서북능선의 아름다운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름다운 단풍이 들어 시선을 홀리게 하니 우리 일행은 모두 아~ 하고 감탄을 연발하게된다
여기서부터 차량은 격심한 정체 현상이 나타내고 그래도 단풍을 보면서 또 흘림골을 기대하며...
그러는 동안에 한계령 휴게소에 이른다
남설악의 칠형제봉이며 멀리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목적지인 흘림골에 당도하게 되었다 서울 떠난지 4시간이고 장수대에서 1시간30분이 지나서..
일행은 하차 하게되고 채비를 챙기고는 산행에 이르게 된다
여긴 이미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온 산은 붉게 물들어 있어 마치 불이 난듯 오색 물결이 일고있다
만산홍엽(滿山紅葉) !!! 말 그대로 였다
등산객 또한 온갖 모습을 하며 수없이 몰려서니 단풍과 함께 어울려서 滿山人波이다
잘 다듬어 놓은 등산로는 산행하기에 수월하게 해 주었고 줄을 지워가는 일행의 모습은
또 다른 단풍이 든것같이 아름다웠다
한참을 가다보니 괴이하게 생긴 폭포가 나온다
바로 여심폭포이다 높이 30m로 여성의 깊은곳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보기에도 민망한 모습을 가졌지만 한때 신혼부부가 많이 와서 폭포에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이미 아들이 둘씩이나 있으니 물을 마쉬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다가도 불현듯 아니다 손자를 봐야지 ㅋㅋㅋ 하며 마실 요양으로 다가가지만
등산객이 너무나 많아 포기하고 말게되니 아쉬움이 따르고......
여심폭포를 지나 이제 가파른 고개를 넘게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등선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지만 등선대 오르고 싶은 마음이 앞서가기에 .....
登仙臺 !!!
선녀들이 하늘로 오른다는 등선대, 여기서 조망하는 남설악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수 없다
수많은 기암괴석과 뽀쪽하게 생긴 바위로 뒤덮힌 산들의 연봉, 그래서 만물상이라고 하는가
그 만물상의 중심에 등선대가 있고 우리는 이곳에 서 있다
신선이 따로 있겠는가 여기에 서 있는 우리가 신선이요 신선이 된 일행은 하늘에 오르기 전에
이 아름다운 비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사방팔방을 조망해보니
칠형제봉이 손에 잡힐듯이 반겨주고 그 너머로 한계령과 귀떼기청봉이 위엄있게 보이며
우측으로 끝청과 중청,그리고 대청봉이 한 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론 안산까지 들어온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어 쪽빛 하늘이라 보는 이의 눈을 시리도록 한다
동으로는 동해 바다가 시원스레이 보인다
남설악의 비경을 우리 일행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보게되니, 다음으로 옮겨야 하는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으니 ...... 하늘로 오르기도 싫고 여기서 차라리 망부석이 된체 이 비경을
두고두고 보는것이 오히려 좋을성 싶었다
등선대를 내려와 주전골로 가는데 등선대 아래는 수많은 인파가 꼼짝도 않고 있었고
한 동안을 기다리다 간신히 내려오니 이미 시간은 2시가 가까워 일행중 일부만 자리도
불편한곳에서 식사를 하게되니 꿀맛같아 장소 탓할 겨를이 없었다
식사후 하산을 재촉 하지만 많은 인파로 진전이 없다 경치는 정말 아름답기 이를데 없다
중국의 황산의 일부인듯하고 곱게 물든 단풍은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신선이 하늘에 오르기전에 목욕 재개한다는 등선폭포에 이르게 된다
주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하산하니 수많은 인파가 운집 해 있다
또 격심한 정체다 여기서 무려 한시간 삼십분이나 꿈적도 않고 서 있게되니
난, 산에 오면 가장 배우게 되는 덕목이 인내심인데 여기서는 고통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이
아니고 기다림의 인내심이다 그래 참자 이것도 좋은 추억이 될것이다
정체는 기다림 속에 풀려 한동안을 내려오니 12단 12폭의 마치 비단폭같은 12폭포가 나온다
십이폭포의 맑은 계곡물과 오색으로 물든 단풍의 모습은 이미 우리 온 몸에
젖어 산과 자연과 우리가 한 몸이 된듯하다 이제 주전골에 이르게 된다
주전골!!!
설악의 삼대 단풍계곡으로 유명한 곳이다 외설악의 천불동, 내설악의 가야동, 그리고 이곳 주전골이..
주전골이라는 이름은 옛날에 도적들이 이 골짜기에 들어와서 위조 화폐를 만들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말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붉게 그리고 주황과 노랗게 물들인 단풍은 연두빛과 푸른 소나무와 함께 어울러 자연이 빚은 예술이요
멋진 작품이 아닐수 없다 나는 杜甫의 시 한수를 떠 올리게 된다
『 停車坐愛 楓林晩 ( 정차좌대 풍림만 ) : 가던 수레 멈춘것은 황혼 단풍 아름답기에
霜葉紅於 二月花 ( 상엽홍어 이월화 ) :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더 붉어라 』
온 계곡과 남설악의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빼어난 풍광을 자아내게 해주니 나는 아니 우리 일행 모두는
이미 서녁으로 기운 햇빛을 더하여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된체 나의 발목을 잡아 두는것이 아닌가
예전에 여긴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지난 2006년 7월에 유래없는 그것도
시간당 122mm라는 엄청난 폭우로 인해 설악은 초토화 되어서나 이제 많이 복구 했지만
아직도 그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주전골 끝자락엔 선녀탕이 나오고 정상에 한사람만이 겨우 앉는다는 독주암을 지나니
이미 어둠이 깔리고 사방은 적막감 마져 돈다
성국사 산사에 이르니 스님의 독경이 울려 퍼진다
시간이 되면 대웅전에 들려 본존불 앞에 오체투지로 내 자신의 미천함을 부처님에게 예불을
드려야 하는데 오늘은 그럴 겨를이 없다
이제 하산이 끝나게된다 온 몸과 옷에는 단풍빛을 흠뻑 담은체로 ....
그리고 많은 남설악의 비경을 보았고 기다림의 미덕도 익히기도 하고서 산행은 마치게된다
오늘 산행은 단풍과의 몸부림 이였다 남설악의 비경을 맘껏 만끽한 훌륭한 산행이 되었다
회원 모두는 버스에 오르게 된다 이제 귀경길에 오르게 되는것이다 버스 안에서 일행은
오늘 산행에 대해 갖가지 얘기를 나누며 또한 약주도 마쉬면서 서울로 서울로 향하게되고.....
몸의 열기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산행 후에는 뜨겁게 달아 오른다 먹은 약주의 영향도 있지만
산행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오늘 산행을, 남설악의 절경을 클로즈 업 시켜본다
그 중에 등선대가 떠 오른다 하늘에 오른다는 등선대 !!!
그러면 그 반대로 신선이, 아니면 선녀들이 내려오는 강선대는 없는가
감은 눈을 뜨면서 생각이 떠 오르는것이 있으니 바로 충주호에 있는 降仙臺이다
언젠가 제비봉을 산행한후에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단양팔경을 보느라 갈적에
강선대를 보게 되고 그 위에 두향의 묘도 보게 되었다
ㅡ 강선대는 퇴계 이황과 관기 두향과의 사랑 얘기로 유명하다 ㅡ
두 사람의 사랑은 결코 흔히 하는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닌 아가페적이며 플라토닉한 사랑이다
이 세상에는 흔히 불륜이 많지만 그래서 매도하고 나쁘게 보지만 아가페적인 사랑을 하는 이는 정말
오늘 본 단풍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48세로 중앙관직에 염증을 느낀 이황은 단양군수로 자청하여 부임한다 그러나 혼사를 눈 앞에 둔 아들 "채"의
죽음으로 심신이 괴로울때 30살이나 연하인 관기 杜香을 만나게 된다
시문과 거문고 뜯기에 능한 기생 두향은 이황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기에 충분 했다
만나자 바로 정이 든 두사람은 강선대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두향의 거문고 소리를 들어면서 시를 읊는 이황
여기서 그들의 로맨스는 점점 깊어만가고 그러나 그것도 일시뿐 9개월 만에 풍기군수로 전근하게 되니
헤어지는 마지막 밤에 이황은 두향의 속치마 폭에다 시 한구절을 남긴다
「 死別己呑聲 生別常惻惻 (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 없더라 ) 」
그리고 두향의 화답은 이러했다
「 이별이 하도 서러워 잔들고 슬피울제
어느덧 술이 다하고 임 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우는 봄날을 어이 할까 하노라 」
밤을 지새우며 이별의 애틋한 정을 나누고 풍기 군수로 전근간 이황은 관직을 그만두고 도산서원에서 후학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 날 강선대에서 보낸 밤이 마지막이 될줄이야 두향이 어찌 알았겠는가
종자에게 평상시에 이황이 좋아하는 매화를 보내니 이황은 매화를 두향 보듯 했다
두향은 이황과의 이별후에 관기를 그만두고 젊은 나이에 수절을 하게되고 늘 이황만을 흠모 하게 된다
이황을 그리면서 시를 지웠는데 그 중에
「 찬자리 팔베개에 어느 잠 하마오리
무심히 거울드니 얼굴만 야윗고야
백년을 못사는 우리 인생
이별만이 더욱 서러워라 」
두 사람은 그러기를 20년. 70세 되어 이황은 숨을 거두고 그 얘기를 듣고 단양에서 그 먼 길을 달려가 통곡을 하고
다시 단양으로 돌아온 두향은 죽기로 작심하고는 이황이 적어준 별시가 적힌 속치마를 뒤집어쓰고는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강선대 바위 위에서 몸을 던지게 된다
죽기전 이황도 죽음의 유언에 두향이가 준 매분에
" 매화에 물을 주어라 " 라고 했다고 한다
오늘날 그 때의 매화가 아직도 도산서원 앞뜰에 있다고 한다
나는 긴 상념에 젖어 강선대를 생각하고 이황과 두향과의 아가페적인 사랑을 나눈 곳
단양 8경중에 하나인 옥순봉에 이르서 강선대 위에 있는 두향의 묘를
보고는 머리를 숙이며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두향의 숭고한 사랑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슬픈 그들의 사랑, 특히나 두향를 생각하니 슬픈 감정이 온 몸에 저려옴을 느낀적이 있었다
그런 상념을 하는중에 어느덧 버스는 서울이 가까워져 온다
이제 고향 선,후배님들과 헤여질 시간이 되었다
만남은 헤여짐의 시작이 아닌가 석별의 정을 나누며 등을 돌리고 있을적에는
오늘 본 남설악 등선대의 비경과 또 강선대에서 강물에 투신하는 두향의 모습이 나의 뇌리를
교차하게 된다 이미 밤은 깊어 있었고 도심지의 야경은 더욱 무르 익었으며
차디찬 밤공기는 온 몸을 엄습하고 있었다.
skh 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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